단상

가장 소름 돋는 순간.

제이든 카프리 2021. 8. 9. 17:39

눈이 떠졌다. 캄캄한 방 안. 손을 몇 번을 더듬다 잡힌 스마트폰을 켠다. ‘오전 3:24“ 이른 시간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잠은 오지 않았고 갑작스레 갈증이 찾아왔다. 전날 저녁에 먹은 음식 중 짠 음식이 있었나를 떠올리며 거실로 향한다. 무거운 눈꺼풀을 사이로 익숙한 집안을 대충 흘겨보며 주방에 도달했다. 화장실 입구 옆에 놓여있는 주방 전등 스위치에 손을 올려 불을 켰다.

 

왜 이상한 촉은 항상 맞아떨어질까. 식탁 아래에 무언가 안 좋은 느낌이 느껴져 바라봤다. 역시나 기다란 더듬이를 여유롭게 흔들고 있는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있었다.이 순간 가장 필요한 건 바퀴벌레를 안전하게 포획할 수 있는 휴지다. 곧바로 화장실 안으로 손을 뻗어 좌변기 옆에 있는 휴지를 돌돌말아 손에 쥐었다. 바퀴벌레가 놀라 도망가지 않게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조심스레 식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손을 뻗어 포획할 수 있는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절대로 바퀴벌레를 잡겠단 살기를 표출해선 안 된다. 두 걸음, 한 걸음 손을 뻗는다. 바퀴벌레는 도망갈 틈도 없이 화장지에 둘러쌓였다. 고민할 틈도 없이 바퀴벌레를 화장지 가운데에 놓이도록 둥글게 만 뒤 곧장 화장실로 향한다. 변기통으로 골인 한 화장지는 쾌활한 소리와 함께 저 멀리 하수구로 버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