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경멸
제이든 카프리
2021. 9. 11. 08:00
“째각. 째각.”
시계가 11: 5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학생의 1/3은 폭염에 책상에 눌어붙은 인절미처럼 달라붙어 있다. 남은 1/3은 간신히 칠판을 바라보고 있고 나머지들은 헤어핀으로 손톱에 때 빼기, 교과서 ㅇ(이응)에 색깔 칠하기, 몰래 핸드폰 하기 등 제각기 바빴다.
복도에는 이미 4교시를 끝낸 ‘자유인들’이 와글거리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칠판을 쓱 지우는 선생님의 팔 동작에 학생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2페이지를 더 나갈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마치는가.
밤송이 같은 선생님의 아래턱이 ‘쩍’소리를 내며 열렸다. ‘진도를...’ 그러고선 책 페이지를 휙휙 넘기셨다.
엎어져 있던 아이들이 서서히 상체를 일으켰다. 다음 말에 따라 급식소로 냅다 뛰어가기 위함이었다.
“진도를... 더 나가야겠는데?”
한숨이 교실을 채웠다.
그때 맨 앞줄 반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지막이 뒷줄 승석이가 읊조렸다.
“그래, 반장. 제발 진도는 괜찮고, 내일 나가면 된다고 말해줘.”
“선생님, 그런데 저희 숙제 검사 안했는데요? 54페이지 지금 검사하시면 시간 딱 맞으실 것 같은데요?”
시계는 11:55을 가리켰고 학생들의 눈은 반장의 뒤통수를 가리켰다.
(3:30 ~ 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