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리뷰

[읽는 것] 가난의 문법 (作. 소준철)

제이든 카프리 2021. 7. 5. 16:03

0. 들어가기 전

- '가난의 문법' 제목에서 큰 궁금증이 먼저 들었다.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지적하는 건가?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만의 우리가 모르는 생활 모습을 드러내는 건가?

- 이 책은 노인들의 삶을 조망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재활용품을 수거하러 다니는 어르신의 삶을 다양한 각도로 다뤘다. 이들이 이러한 삶을 선택한 이유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 그리고 사회적 모순 등등 지금 이 시대에 가난이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지를 소상히 기록한 책이다.

 

1. 책 내용

- "재활용품을 주워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일이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근대 자본주의가 등장한 대개의 국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하층민의 일이다. 우리말로 '재활용품 수집인 국제 연맹(Global Alliance of Waste Picker)이란 네트워킹 그룹이 존재하며, 여기에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세르비아, 베냉, 세네갈, 카메룬, 콩고, 말리, 남아프리카공화국, 가나, 케냐, 우간다, 인도, 방글라데시 등의 조직들이 결합해 있다."

- "재활용품 수집이란 여느 도시에나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일'이다. 우리에게 문제적인 이유는 바로 이 일을 하는 이들이 '노인'이라는 데 있다."

 

이 책은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을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취약한 '여성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들이 재활용품 수집을 선택한 이유와 이를 선택함으로써 마주하게 되는 사회적 현실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소설과 해설을 오가며 독자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내용 발췌>

" 가난이란 '간안(艱難), 어려울 간과 어려울 난을 합친 두 자를 어원으로 둔다. 이로부터 파생된 건 '가난(家難)'으로 '집안의 재난'이거나 그 상태를 말한다. 빈곤이란 '가난하여 곤한 상태', 다르게 말하자면 '가난하여 살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

 

"우리는 "늙는다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적인 것이 된"사회에 살고 있다. 도시에 사는 노인의 처지는 굉장히 유별나다. 서구가 400여 년에 걸쳐 겪은 변화를 40여 년 만에 급격히 이뤄낸 산업화 과정의 탓인지도 모르겠다. 공동체의 보살핌은 사회와 도시의 변화 속에서 급속히 약화되었다. 도시 노인의 처지가 유별난 이유란, 지금 이들이 겪는 문제가 우리가 처음으로 겪는 문제이기 때문일까?"

 

"2017년을 기준으로 OECD 가입국가 가운데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전체 인구 중 빈곤 위협에 처한 인구의 비율)은 17.4%로, 미국의 17.8% 다음으로 높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만을 살펴볼 때,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43.8%였다.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에 65~69세의 고용률에서 한국(45.5%)은 아이슬란드(5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70~74세의 고용률은 33%로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현재 노인들에게 노후 생활의 경제적 기반이 없다는 뜻이다"

 

2. 감상평

 

어느 순간부터 종이박스와 같은 재활용품을 집 밖에 내놓으면서 무심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져가시겠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됐다.  이러한 일들은 노후 대비를 못하고 자활 능력이 없는 어르신들이 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위험에 스스로를 내몰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년을 선고 받고 '노인'이 되어서도 일을 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더 문제고, 이러한 상황에 내몰린 '노인'을 적절하게 구제해 줄 방법이 고작 단기적인 공공일지리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 '재활용' 산업 생태계 가장 밑바닥에 놓인 이들은 또 다른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 자신이 투입한 노동력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없는 악순환에 놓였다.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 지 그리고 가난의문법을 해결할 해법은 없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