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초등학교 교문에 들어선다. 일요일 아침 텅 빈 학교로 토익을 응시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삼삼오오 모이고 있다. 학교 현관문에 붙은 응시번호와 배정받은 수험장 위치를 확인 한 뒤 손소독과 발열체크를 마친 응시생들은 제각각 교실로 향한다.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 이전까지 공부한 내용을 복습한다. 시험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감독관이 들어오고 이내 영어 듣기평가가 시작된다.
듣기 시험은 한 번 흐름을 놓치면 끝장이다. 귀를 열고 집중력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 순간 9시 방향에 앉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수험생이 오른쪽 다리를 격하게 떨기 시작한다. 3분...5분... ‘시간이 지나면 그만하겠지’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점점 더 격렬해지는 그의 발놀림은 아무리 시선을 이리저리 회피해보려 하더라도 피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 시라도 집중을 놓치면 안 되는 듣기평가시간 감독관에게 손을 들어 해당 사항을 시정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감독관은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전의를 잃은 채 두 손을 양 눈에 붙이고 시험지로 시선이 향하게만 한 채 시험지를 봤지만 머릿속에 다리를 떠는 그의 모습만 떠오를 뿐 영어 문제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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