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깔 냄비를 집어 든다. 냄비를 싱크대로 가져가 물을 담는다. '1초, 2초, 3초, 4초, 5초.' 라면을 끊이기에 알맞은 물의 양은 5초 동안 냄비에 쏟아지는 물의 양 만큼이다.
싱크대 바로 옆 가스레인지 위로 냄비를 올려 놓고 가로로 놓인 가스 밸브를 세로로 돌린다. 가스레인지 점화 스위치를 돌리자 불꽃이 튀더니 이내 불이 붙는다. 이제는 고대 하던
그것을 냄비 옆으로 가져다 놓는다. 바로 짜파게티다. 진라면, 신라면, 안성탕면 등 라면이란 라면은 섭렵했지만, 짜파게티는 처음이였다. 무심코 봉지를 보니 '짜장라면'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라면이니깐 같겠지?' 짜파게티 봉지 끝 부분을 가위로 잘라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한다. 보통 라면과는 다르게 기름이 든 자그마한 용기가 보이지만 나머지 구성품은 같았다. 평소와 다름 없이 면을 먼저 집어 넣고 건더기 스프와 분말 스프를 함께 넣었다. 잠시 넋을 놓고 면이 익기를 기다린다. 냄비 안에 서 끊던 물은 검은색으로 물들었고 제법 짜장면과 같은 냄새도 올라왔다. 여태껏 라면을 끊이며 못끊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쉽게 성공적인 짜장라면 완성을 예상했다. 적당히 면이 익자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냄비를 식탁 위로 옮긴다. 의자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냄비 안으로 집어 넣어 크게 한 젓가락을 집어 면을 올린다. 5번 정도 입바람을 불어 면을 식힌 뒤 입 안에서 맞이한 짜장라면. 맛이 없었다. 기대했던 짜장맛은 하나도 나지 않았고, 생 면 맛만 났다. '원래 이런 맛인가?'라며 다시 집어든 짜장라면 봉지. '3. 면이 끊은 뒤 물을 버리고 분말 스프를 넣어...'
그렇게 생애 첫 짜장라면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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