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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가장 짜증이 나는 순간.

by 제이든 카프리 2021. 8. 7.

5교시 수업시간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학생들은 자신의 자리에 앉았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 온 선생님은 교탁 앞에 섰다. 한 뼘 만큼 열린 창문 사이로 밖에서 내리는 장마비 소리가 교실로 밀려온다. 오늘의 점심 급식 메뉴는 치킨이었다. 오랜만에 나온 만족스러운 메뉴에 모두가 포만감을 한 아름안고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경청한다. 5교시 과목은 윤리와 사상이다. 홉스와 로크, 루소가 주창한 사회계약론이 어떻게 나왔고, 무슨 의미를 갖는지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수업이 진행 될수록 군데군데 책상과 수평을 이루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선생님은 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교과서와 칠판만을 번걸아보며 진도 나가기 바쁘다. 책상을 마주보는 학생들의 머리 사이 공간엔 포개진 팔뚝이 자리잡았다. 장마 기간 습한 날씨는 이마와 팔뚝 사이, 팔뚝과 책상사이 물방울이 맺기 딱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남은 수업시간 30분은 맺힌 물방울이 점점 영역을 넓혀 흥건하게 모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울리는 종소리에 쓰러졌던 학생들의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빨개진 이마와 팔뚝엔 땀인지 아니면 수중기가 모인 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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