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새로 산 입을 챙겨 입는다. 2박 3일 동안 밖에서 지내며 필요한 여벌의 옷과 세면도구 등 바리바리 싼 큰 백팩을 어깨에 멘다. 10분을 걸어 도착한 학교 앞에는 낯선 버스 10여 대가 줄지어 정차해 있다. 담임 선생님을 따라 각 반마다 배정된 버스에 올라탄다. 경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익숙치 않은 풍경을 친구들과 바라보며 하하호호 떠들었다. 이윽고 도착한 유스호텔 주차장. 버스에서 내려 선생님이 불러준 호수를 찾아 유스호텔 안으로 향한다.
첫 날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다시 들어선 유스호텔. “베개싸움은 안돼”라며 선생님의 신신당부아래 같은 방에 배정 받은 친구 5명과 불을 끄고 이부자리 위로 누웠다. 왜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걸까.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망을 본 친구의 신호에 맞춰 베개를 챙기고 옆 방으로 향한다.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서 누워있는 친구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베개 폭격이 이뤄진다. 적잖이 놀란 옆 방 친구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베개와 이불을 활용해 반격에 나선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약속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는 아드레날린에 깨졌다. 이윽고 열린 문. 일동 정지. 선생님은 한 손으로 반쯤 열린 문을 열고 다른 한 손에 쥔 베개를 들고 “공격”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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