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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리뷰

[읽는 것]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作. 김동하 ]

by 제이든 카프리 2021. 9. 15.

[0. 들어가면서]

[1. 책내용]

1) 내성적인 '그'가 질문하는 '기자'가 되기까지

 

2) 질문에 대하여

-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도로시 리지는 <질문의 7가지 힘>에서 '응답반사'라는 개념을 이용해 설명한다. 사람들은 매일 여러 반사 작용을 경험하는데, 인간은 질문에 대답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3) 질문, 어떻게 해야 할까?

- 우선 만날 사람에 대해 검색한다. 웬만한 국회의원들은 검색창에 이름만 쳐도 출신 배경과 최근의 관심사가 나온다. 발의했던 법안, 그의 전공 분야, 논란이 된 사례 등을 알 수 있다. 공을 조금 더 들인다면 그가 어느 그룹과 친분이 있는지 누구랑 가까운지 등 인맥 지도도 파악할 수 있다. 의원들은 대개 출판기념회를 열 목적으로 책을 내기 때문에 그의 저서를 제목이라도 한번 훑어보고 나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실 10분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시간이다. 그런데 이 10분의 준비를 하고 나온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가 만남의 자리에서 질문하는 질의 차이는 크다. 김 기자는 얼마간 준비가 대화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알게 됐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꺼낼 때, 듣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덧붙여 말하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사전 준비는 필수다. 질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정치 일반>, <국정 관련>, <당이 당면한 과제>, <주요 정책>, <개인사>, <향후 행보> 등을 분류해 놓고 질문지를 작성한다. 그가 답변을 피해갈 것에 대비해 보충, 추가 질문도 마련하면 좋다. 그는 민감한 질문을 최대한 흘려 넘기고 자신이 하고 싶은 목소리를 인터뷰에 담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입맛에 맞춰준다면 하나마나 한 소리만 싣게 되기에 의미 없는 인터뷰로 전락할 수 있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다뤄줘야 한다. 예를 들어 여당의 지도부가 되려는 인사에게는 "당,청 관계를 개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건데, 대표가 되시면 이런 목소리를 내실 건가"라고 묻는다. 당에서 논란이 되는 인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당내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등을 인터뷰에서 최대한 정확하게 묻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같은 내용이라도 상대에 따라 질문은 달라진다. 야당 지도부가 되려는 인사에게는 "당,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여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생각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 압박 질문에도 답을 피해 가는 정치인들이 있다. 자신이 준비해온 대답 외에는 노코멘트하거나 화제를 돌린다. 이런 정치인들을 만날 때면 김 기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심심한 인터뷰를 하는 정치인들이 오래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치적 결단성을 요구하는 책임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이다. 반면 답변하기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인터뷰를 하면서 정면 돌파를 택하는 정치인 들을 본다. 그가 비록 현재는 정치적 변방에 있다 해도, 유심히 다음 행보를 보게 된다.

- 물량전의 효과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박지원의 <허생전>에 나온다. 허생은 10년 계획으로 남산골에서 공부하고 있었지만 가난에 찌들린 아내는 "당신은 배고프지도 않나요?", "배가 등가죽에 붙을 정도로 허기진 저는 소인배라서 그렇다는 건가요?", "글공부한 지 일곱 핸데, 언제 과거를 볼 건가요?" 라며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아내가 "배운 게 글공부라 농사도 못 짓는다 배짱을 퉁기니, 그게 바로 도둑놈 배짱이지 뭐예요?"라는 말까지 하자, 허생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아내가 허생을 다그치며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면 허생전은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 정치 연차가 짧은 의원일수록 질의응답이 비교적 명확하고 사무적이다. A를 물으면 A-1 또는 A-2라고 대답한다. 반면 중진 의원 중에는 선문답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정치 연차가 쌓일수록 질의응답이 두루 뭉술해진다. 좋게 말하면 정치 내공이 쌓인 것이요, 나쁘게 말하면 신선함을 잃은 것이다. 나무의 모양을 물으면 산의 전체적인 그림을 늘어 놓는 식이다. 물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물으면 뜬금없이 바다의 깊이에 대해 논한다. 한술 더 떠서 물의 도착지는 말하지 않은 채 그 물을 마실 사람이 누가 될지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기사 초년생 시절엔 선문답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 유형을 대할 때면 내공에서 밀리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정치부 경력이 쌓이면서 선문답을 받아칠 기지와 재기도 늘어갔다. 이들에게 민감한 사안을 선문답 방식으로 던지면 사실 확인까진 안 되더라도 방향을 파악 할 수 있다. 대표 선거에 나설 핵심 후보가 사퇴할지 출마할지의 기로에서 정치 기사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일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측근에게 "사퇴하시는 거예요, 출마하시는 거예요?"라는 식의 직설적 질문은 무리수다. 대신 "후보님은 다음 달에 당사에서 뵙는 거죠?"라고 돌려 물을 수 있다. 당사는 당직을 맡은 인사들이 가는 곳이다. 핵심 후보가 출마해 당선된다는 것을 전제한 질문이다. 아니면 후보 등록을 앞두고 사퇴했던 B의원을 거론하면서 "후보님도 B 의원의 길을 가시는 거죠?"라고 우회적으로 물을 수 있다.

-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다. 정당을 기반으로 하면서 경선을 뚫고 올라온 노 후보 측은 '누가 단일후보로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적합도(선호도) 조사를 선호했고, 월드컵 열풍을 타고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정 후보 측은 '누가 단일후보로 당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경쟁력 조사를 원했다. 실제로 앞선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노 후보는 선호도 조사에서, 정 후보는 경쟁력 조사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양측은 협상 결렬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몬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비니까'라는 절충형 문구에 합의했고 결과는 노 후보의 승리였다.

- 박만규 아주대 교수는 <설득언어>에서 지난 2012년 EBS 다큐프라임 <킹메이커>에서 방영한 설문조사를 인용했다. 이 조사에선 'KTX 일부 노선을 사기업에 매각하는 것에 찬성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보다 '고속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에 찬성하비니까?'라고 했을 때 찬성이 훨씬 늘고 반대가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 박 교수는 '사기업', '매각하다'는 단어는 응답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한 반면 두 번째 질문에 있는 '경쟁', '도입' 등은 긍정적 가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단어를 사용해 묻는지에 따라 결과는 차이가 난다.

- <탈무드>에 나오는 담배 예화는 유명하다. 한 학생이 랍비에게 탈무드를 공부하면서 담배를 피워도 되는지 물었을 땐 퇴짜를 맞지만, 다른 학생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도 탈무드는 읽어야 하겠지요?라고 했을 땐 랍비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 지난 2019년 7월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인사청문회 회의록 20년 치를 석 달에 걸쳐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129개 청문회가 대상이었다. 회의록에 기록된 글자 천백만여 자를 질문과 답변으로 나눠 길이를 분석한 결과가 흥미로웠다. 답변 글자 수는 전체 발언의 25.7%에 그친 반면 질문 글자는 74.3%에 이르렀다.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의 답변보다 인사청문 위원인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질의자인 의원들이 세 번 물을 때 답변자인 후보자가 한 번 대답한 셈이다.

 

4) 나는 질문한다. 그로 존재한다.

[2. 감상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