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손에 1,000원짜리 지폐 1장만 갖고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과 같았다. 학교 앞 문구점과 분식점에서 오락게임과 컵떡볶이를 즐기기 충분한 돈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때 당시 체감하는 100원의 가치는 상당했다. 그 시절 돈을 손아귀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 다른 하나는 놀이터이다. 아이들이 뛰어 노는 놀이터는 동전 노다지였다. 이러한 사실을 처음 발견한 건 그네를 타며 한껏 높이 올라갔을 때였다. 그네 양 끝에 달린 꽈배기처럼 엮인 쇠줄을 꽉 붙잡고 다리로 힘껏 반동을 줘 그네 기둥 높이만큼 올라간 순간 미끄럼틀 쪽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잠깐 스치듯 보였다.
그네를 타는 즐거움보다 반짝이는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는 순간 그네에서 훌쩍 뛰어내려 미끄럼틀로 향했다. 방금 전 기억을 더듬으며 향한 곳에서 은색 빛깔을 내뿜고 있는 100원짜리 동전이 모래 속에 반쯤 파묻힌 채 있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고,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뒤 그 동전을 집어들었다. 이후 놀이터에 가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놀이터에서 가장 높은 구름사다리 위였다. 레이더를 돌리듯 놀이터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반짝이는 모든 것을 찾아냈다. 놀이터는 돈을 벌기 위해 노동력을 투입한 최초의 일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