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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당황스러웠던 순간

by 제이든 카프리 2021. 9. 3.

두 자매는 할로겐 등이 켜진 노란 골목길을 걸어갔다. 울퉁불퉁한 길에 캐리어 두 개가 투두두둑소리를 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짐이 사라진다던 악명 높은 로마이기에 두 자매의 온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언니, 이쪽 같은데 맞아?”

첫째가 구글 맵으로 길을 확인했다.

. 맞는 것 같아. 조금만 더 가면 돼.”

 

 

 

두 자매 가까이 어떤 인도 남자가 다가왔다. 자매는 의도적으로 그 인도 남자와 눈을 마주치는 걸 피했다. 손으로 뭐라 손짓하며 다가오자 캐리어 손잡이를 꽉 쥐었고 대각선으로 매고 있던 가방들을 다시 확인했다. 가까이 다가온 인도 남자에게 (No)”란 사인을 명확하게 했다. 인도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관광객들과 호객꾼들이 얽혀있는 거리는 부산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서울의 밤과는 다른 로마 특유의 여유로움이 사람들의 표정에 녹아 있었다. 1층은 거의 야외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이었고 2층은 비앤비 등으로 활용되었다.

 

그때 낯선 전화가 왔다. 직감적으로 숙소에서 전화가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매는 도착지에 거의 도착했는데 같은 거리를 15분가량 빙글 빙글 돌아 피곤한 상태였다. 전화 안내를 따라 마주한 벽에는 체리색 나무문이 걸려 있었다. 계단 위에서 하이(Hi)"라 주인이 말했다. 자매가 고개를 들자 그때 그 인도 아저씨가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미소 짓고 있었다. 짐을 들어주려 왔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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